최근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 속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를 향해 가면서 미국의 주택 수요가 얼어붙고 있다.
CNBC방송은 4일 모기지 뉴스 데일리를 인용해 시중에서 인기 있는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금리가 전날 7.72%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상품의 금리는 연초만 해도 6% 수준으로 떨어지며 봄철 주택시장을 반짝 데운 바 있지만, 여름을 지나며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주택 매매 건수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해당 상품 금리가 3% 정도에 불과했던 코로나19 확산기와 비교하면, 지금은 40만 달러(약 5억4천만원)짜리 집을 계약금 20%와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로 구매할 경우 월 부담금이 930달러(약 125만원) 정도 늘어난 상태다.
모기지은행협회(MBA) 집계에 따른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금리도 1년 전만 해도 5.65% 수준이었는데, 지난주에는 4주 연속 상승한 7.53%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는 배경에는 미국 기준금리 및 국채 금리의 상승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기준금리를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추종하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최근 급등해 전날까지만 해도 2007년 이후 최고치인 4.8778%를 찍었다. 모기지 뉴스 데일리의 매슈 그레이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고용 등 경제지표 호조로 금리가 올라갔다면서 "저금리 선호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매우 간단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모기지를 투자 대상으로 만들어주는 주택저당증권(MBS)과 관련, 미 연준이나 대형은행들이 '공적보증을 받는(Agency) MBS' 보유를 줄이는 것 등도 모기지 금리 상승의 배경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 설명이다.
폭스비즈니스는 이런 배경 속에 주택 수요도 빠르게 식고 있다고 전했다. MBA가 발표한 모기지 신청 지수는 지난주에 앞선 주 대비 6%, 전년 동기 대비 22% 하락했다. MBA의 조엘 칸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급등으로 잠재적 주택구매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주택구매 시장이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저금리 당시 대출로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신규 대출에 따른 고금리 부담을 우려해 '갈아타기'를 망설이면서 기존주택 매물이 줄고 선택폭이 좁아진 것도 주택 수요 둔화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